《Twelve》 리뷰 – 마동석이 열어낸 한국형 히어로 판타지
《Twelve》 리뷰 – 마동석이 열어낸 한국형 히어로 판타지
첫 화, 전설이 깨어나는 순간
첫 화를 틀자마자, 스크린 가득 붉은 하늘과 거대한 문이 나타납니다. 고대의 악령이 봉인되던 장면이었죠. 굉음과 함께 균열이 생기자, 곧장 현재 시대로 전환되면서 **오귀(박형식)**의 실루엣이 등장합니다.
“악은 사라지지 않아. 다만 기다릴 뿐이지.”
이 대사가 나오자마자 소름이 돋더군요.
그리고 골목길 한복판, 담배를 피우다 땅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바로 태산(마동석). 그냥 걸어 나오는 것뿐인데도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졌습니다. 관객석에 앉아 있는데도 마치 진짜 호랑이가 다가오는 듯한 긴장감이 밀려왔어요.
세계관 – 12지신 천사들의 전설
줄거리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12지신 전설을 현대적으로 변주합니다. 옛날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내려왔던 12명의 천사들. 그중 4명은 악령을 봉인하는 과정에서 사라지고, 남은 8명은 인간 세상 속에 숨어 살아갑니다.
하지만 봉인이 약해지고, 악령 오귀가 깨어나면서 그들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야 했죠.
세계관 설명이 장황할 것 같지만, 애니메이션 같은 오프닝과 기록화풍의 컷신을 활용해 짧고 직관적으로 전달됩니다. 마치 한국 전설을 담은 마블 오프닝 시퀀스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마동석의 태산 – 호랑이의 힘
태산은 호랑이를 상징하는 천사로, 12천사의 리더입니다.
마동석 특유의 ‘한 방 액션’은 여기서도 빛을 발했는데, 단순 주먹질이 아니라 호랑이의 움직임을 연구한 듯 민첩함과 박력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특히 첫 전투 장면, 태산이 악귀의 졸개를 잡아 바닥에 내리꽂는 순간, 카메라가 흔들리며 관객의 심장까지 울렸습니다.
“네놈들은 다시 봉인되어야 해.”
짧은 대사 한마디가 전율을 주었죠.
빛과 어둠 – 박형식의 오귀
박형식이 연기한 오귀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12천사가 될 운명이었지만, 선택받지 못하고 악에 잠식된 존재라는 설정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태산을 향해 이렇게 외칩니다.
“왜 나를 버렸지? 내가 가진 힘이 두려웠던 거냐?”
악당의 서사임에도 묘한 슬픔과 설득력이 느껴졌습니다. 박형식의 눈빛이 흔들릴 때, 관객들도 순간적으로 그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더군요.
조연들의 활약 – 다채로운 12천사
다른 천사들도 매력적이었습니다.
- 서인국: 뱀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냉소적이지만 누구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 성동일: 용을 상징, 묵직한 카리스마로 리더 마동석과 균형을 맞추죠.
- 강미나·성유빈: 각각 토끼와 양을 상징하며 청춘의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이들이 모여 하나의 팀으로 뭉치는 과정이 단순히 히어로 집합체가 아니라 **‘가족 같은 유대감’**을 만들어내더군요.
인물관계도
액션 연출 –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하게
전투 장면은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케일을 자랑했습니다.
서울 도심 고층 빌딩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투, 전통 사찰의 지붕 위에서 펼쳐지는 추격전, 그리고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고대 문양.
특히 태산이 호랑이의 포효와 함께 땅을 내리찍을 때 발생하는 파동은, 단순한 CGI가 아니라 실제 체감되는 듯한 박력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 – ‘한국형 히어로’의 가능성
솔직히 저는 마블이나 DC 같은 서구 히어로물에 익숙했는데, 《Twelve》는 달랐습니다.
한국적인 신화와 정서를 그대로 끌고 와서, 낯설지 않으면서도 새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싸움이 끝난 뒤 태산이 분주한 시장 골목을 지나며 떡볶이를 사 먹는 장면. 이건 전형적인 마블식 히어로라면 절대 보여주지 않을 생활감인데, 바로 이런 일상과 판타지의 조화가 이 작품의 강점이었어요.
단점과 기대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8부작이라는 짧은 호흡에 방대한 세계관을 담으려다 보니, 몇몇 캐릭터의 서사가 충분히 펼쳐지지 못한 느낌이 있었죠. 하지만 시즌2를 염두에 둔 듯 떡밥을 남겨둔 연출이 많아,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반드시 봐야 할 K-히어로물
《Twelve》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마동석의 압도적 존재감, 박형식의 서늘한 악역 연기, 그리고 12지신이라는 한국적 세계관이 어우러진 작품이었어요.
직접 보고 나니, 이건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첫 발걸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다시 싸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니까.”
마지막 장면에서 태산이 내뱉은 대사는, 시즌2를 반드시 보겠다는 제 결심과도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