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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 잊고 지냈던 '나'를 마주하는 용기

by 트렌드 스토리 2025. 8. 1.

[리뷰]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 잊고 지냈던 '나'를 마주하는 용기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대에 ‘진짜 내 모습’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있을까?
tvN의 휴먼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그런 질문을 조용하지만 강하게 우리에게 던진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쌍둥이 자매의 삶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그 속에는 정체성, 상처, 연대,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얽히고설키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마음의 틈을 조심스레 비춰준다.


1. 쌍둥이의 선택, 인생을 바꾸다

드라마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쌍둥이 자매 ‘유미지’와 ‘유미래’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같은 얼굴을 가졌지만 살아온 환경과 선택의 결과는 극과 극이다.
미래는 서울에서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 살고 있지만, 완벽을 강요당하는 회사 생활에 지쳐가고,
미지는 고향에 남아 자유롭게 살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로움에 익숙해져 있다.

어느 날 미래의 붕괴를 눈치챈 미지는, 자매가 서로의 삶을 바꿔 살아보자는 제안을 한다.
이 단순한 전환은 곧 **‘나를 마주하는 시간’**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진짜 자신의 모습에 다가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게 된다.


2. 박보영의 1인 2역, 감정의 결을 나누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박보영 배우의 연기력이다.
같은 얼굴, 다른 삶을 살아가는 자매를 연기하는 그녀는 말투, 눈빛, 호흡, 어깨선까지 달리하며 두 사람의 내면을 세밀하게 구분해낸다.

미래는 늘 바쁘고 불안한 눈빛을 가진 반면, 미지는 조금은 느슨하고 솔직한 눈을 한다.
하지만 서로의 삶을 바꾸어 살아가며 감정이 섞여드는 순간, 박보영은 그것마저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진심이 느껴지는 연기였다.


3. 조용한 사람들의 따뜻한 연대

미지와 가까워지는 변호사 이호수(박진영 분)는 청각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말 대신 손짓과 눈빛으로 소통하지만, 그 누구보다 진심을 잘 듣고 이해하는 사람이다.
말이 없어 더 따뜻한 그의 시선은, 극 중 미지뿐 아니라 시청자인 우리에게도 위로처럼 다가온다.

또한 미래와 과거를 잇는 세진(류경수 분)은 말수는 적지만 무게감 있는 연기로 중심을 잡아준다.
그는 성공을 내려놓고 농장을 운영하며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인물로, 자매의 여정과도 은근히 닮아있다.

그 외에도 할머니, 엄마, 친구, 직장 동료 등 주변 인물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 드라마 속 세계는 작지만 깊고, 조용하지만 풍성하다.


4. 서울과 고향, 삶의 속도 차이를 말하다

〈미지의 서울〉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단순히 배경이 아닌 ‘상징’으로 활용한다.
빠르고 차가운 도시, 익숙하지만 외로운 공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각자 다르고, 때론 너무 복잡하다.

반면 고향은 느리고 불편하지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다.
두 자매가 서로의 공간에서 겪는 혼란과 변화는 단순한 물리적 위치 교환이 아닌 삶의 태도와 리듬을 바꾸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연출은 이러한 감정의 속도를 배경 색감과 카메라 움직임으로 섬세하게 표현하며, 잔잔하면서도 집중도 높은 영상미를 만들어낸다.


5. 나를 알아가는 여정, 그리고 회복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화려한 사건이나 큰 반전 없이도 깊은 감정의 울림을 준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삶을 잠시 대신 살아보며 그 사람이 겪었던 아픔과 외로움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 속에서 ‘진짜 나’를 찾게 되는 여정은 모든 이에게 필요한 ‘정서적 회복’의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서로를 마주한 두 자매가 건네는 대사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네 삶이 나보다 더 멋지다는 걸, 이제야 알아.”

이 말은 단지 자매의 화해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인정하고 타인의 인생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성숙한 결말이었다.


6. 총평: 조용히 오래 남는 드라마

[리뷰]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 잊고 지냈던 '나'를 마주하는 용기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마음 깊은 곳에 단단한 울림을 남긴다.
캐릭터는 현실적이고, 연기는 생생하며, 서사는 잔잔하지만 몰입력 있게 펼쳐진다.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바쁜 요즘, 이 드라마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정’과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무언가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에 지쳤다면, 이 작품은 ‘천천히, 깊게’ 다가오는 드라마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미지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삶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tvN 〈미지의 서울〉놓치지 말아야 할 진짜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