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리뷰 – 김고은이 보여준 청춘의 빛과 그림자

영화 시작 전 포스터를 바라봤습니다. 김고은과 노상현이 마주 앉아 웃고 있는 장면.
딱 보자마자 “이건 무겁게 끌고 가지 않겠구나, 하지만 마음을 건드릴 건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막상 관람을 시작하니 제 예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빗나갔습니다. 분명 밝고 경쾌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그 안에 숨은 쓸쓸함과 울컥하는 대사들이 너무 깊게 다가왔거든요.
줄거리
이야기는 대학 시절 우연히 만난 **재희(김고은)**와 **흥수(노상현)**의 관계를 따라갑니다.
둘은 연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친구로 규정하기도 어려운 관계. 함께 밤새 춤추고, 술 마시고, 연애 상담도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는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13년에 걸쳐 이어지는 청춘의 단면은, 관객인 저로 하여금 **“나도 저런 친구 있었지”**라는 감정을 계속 끌어올리게 했어요.
이야기는 대학 시절, 낯선 술자리에서 재희와 흥수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시작됩니다.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나갈 인연처럼 보였지만, 재희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성격에 흥수는 묘하게 끌립니다. 남들 앞에서는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흥수였지만, 재희 앞에서는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풀게 되죠.
시간이 흘러도 두 사람은 계속 함께합니다. 누군가는 “연인이냐?”라고 묻지만, 둘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이기도 하죠. 재희는 흥수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가감 없이 털어놓고, 흥수 역시 세상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던 속내를 재희에게만 드러냅니다.
그들은 마치 서로의 외장하드처럼, 비밀과 기억을 저장해주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두 사람의 20대는 늘 밝고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재희는 하고 싶은 사랑을 거침없이 이어가지만, 그 끝에서 늘 상처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반대로 흥수는 늘 조심스러운 연애만 반복하며, 자기 자신조차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느꼈죠.
때로는 서로의 선택에 화를 내기도 했고, 멀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만나 웃고 떠드는 모습에서 **“이 사람만은 내 곁에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서로 느끼게 됩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도 균열이 찾아옵니다. 재희는 더 이상 대학 시절처럼 무모한 사랑만 할 수 없음을 깨닫고, 흥수는 여전히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세상은 둘에게 책임과 현실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 관계는 어디까지일까”라는 질문이 점점 크게 다가옵니다.
특히 재희가 힘든 연애를 끝내고 돌아와 흐느끼는 장면, 그리고 흥수가 그 옆에 조용히 앉아 담담히 위로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가장 큰 울림을 줍니다. 둘은 서로의 연인이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임을 보여주거든요.
결국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연인’이나 ‘우정’ 같은 단어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서로의 삶에 스며든 채 13년을 버텨온 기록을 보여줍니다.
재희는 흥수에게 말합니다. “너 자신인 게 약점이 아니야.”
그리고 흥수는 조용히 미소를 짓습니다. 그 미소 속에는 여전히 아픔도 있지만, 재희 덕분에 조금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김고은 – 자유로운 영혼, 그러나 깊은 울림
김고은은 정말 ‘재희 그 자체’였습니다.
클럽에서 환하게 웃으며 춤을 추는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따라 미소가 지어졌고, 누군가에게 상처받고도 다시 달려가는 모습에서는 그 씩씩함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특히 “사랑은 보호필름 떼고 하는 거야”라는 대사. 스크린 속이었지만 마치 제 옆자리에서 친구가 말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와닿더군요.
노상현 – 상처를 품은 인물의 섬세한 얼굴
흥수는 재희와 달리 늘 조심스럽습니다. 세상과 거리를 두며 살아온 흔적이 얼굴에 드러났는데, 노상현 배우가 그 미묘한 결을 아주 잘 살려냈습니다.
특히 재희에게
“너 자신인 게 약점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스스로도 약하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빛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박혔어요.
연출과 분위기 – 가벼움 속의 무게
이언희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를 굳이 ‘사랑’이나 ‘우정’으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죠. 그래서 더 진짜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경쾌하고 유쾌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차분히 가라앉으며 삶의 쓸쓸함을 드러내는데, 그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극장 안 공기가 점점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공감 포인트 – 내 청춘을 떠올리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제 20대 시절이 계속 스쳐갔습니다.
밤새 이야기 나누던 친구, 서로를 놀리면서도 힘들 땐 찾아가던 그 관계. 영화가 끝나고 나니 그 친구에게 안부라도 물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우정과 사랑 사이의 관계’라는 게 결코 특별한 게 아니고, 사실은 우리 모두 한 번쯤 겪었던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 사랑과 우정의 경계는 때로 의미 없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의 진심
- 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용기
- 청춘은 늘 부족하고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
이 메시지들이 영화 전반에 고르게 녹아 있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가, 울컥했다가, 다시 미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 정보

- 원작: 박상영 작가의 동명 단편 소설
- 연출: 이언희 감독
- 출연: 김고은(재희), 노상현(흥수)
- OTT: 넷플릭스, 티빙
《대도시의 사랑법》은 단순히 로맨스를 그린 영화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청춘과 관계를 그린 보편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괜히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면서, 동시에 오래된 친구 얼굴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김고은과 노상현이 만들어낸 진심 어린 케미, 그리고 이언희 감독의 섬세한 연출 덕분에, 이 영화는 제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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